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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보살본원경 (地藏菩薩本願經)

왈선생 2011. 10. 8. 15:46

                                                                                               (Sankasia)

 

  인도의 불교 유적지 가운데 상카시아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 가면 야트막한 산 언덕에 올라
가는 계단이 놓여 있는데 이 계단이 석가모니 부처님이 도리천에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왕래
했던 통로라 한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는 삼도보계(三道寶階)라고 하였다. 매우 전설적
인 이 이야기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생모인 마야부인을 위해 도리천에 올라가 법을 설해 주었
다는『지장보살본원경』과 관계가 있다.
『지장보살본원경』은 줄여서『지장경』이라 하며 지장신앙의 근거가 되는 경전이다.『 지장십
륜경』『, 점찰경』과 함께 지장삼부경이라 할 수 있는 경이다. 모두 13품으로 되어 있으며 실차
난타(實叉難陀)가 2권으로 번역하였다.
 이 경은 우리나라 고려대장경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중국에서 간행된 역대 장경 가운데
명장경(明藏經)에 유독 수록 되어 있었는데 일본의 신수대장경에 명장본을 옮겨와 제13책에
수록하고 있다.
 이 경은 제목 그대로 지장보살의 본원의 공덕과 본생의 서원 그리고 이 경을 통하여 중생들
이 지은 한량없는 죄업을 소멸시키는 이익에 대하여 설해 놓았다.


 지장보살의 범어 이름은 크시티가르바(Ksitigarbha)로 지지(持地), 묘당(妙幢), 또는 무변
신(無邊身)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크시티(Ksiti)는 땅이라는 뜻이고 가르바(garbha)는 저장
한다는 뜻이다. 이 보살을 설명할 때 도리천에서 석가여래의 부촉을 받고 매일 아침 선정에
들어 중생의 근기를 관찰하며, 천상에서 지옥까지의 육도중생을 교화하는 보살이라 말한다.
지장삼부경에서는 이 보살이 이미 여래의 경지를 증득하여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하
였다. 그러나 지장보살은 성불을 포기한 보살로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이 보살은 지옥의 중

생을 모두 제도하고 난 후에야 성불하겠다는 서원을 세워 자기 성불을 미루어 버린 보살이라
한다. 중생도진(衆生度盡) 방증보리(方證菩提) 지옥미제(地獄未除) 서불성불(誓不成佛)이라
는 지장보살의 서원을 나타내는 4구게(四句偈)는 바로 성불포기의 선언으로 이를 두고 지장
보살을 대원본존(大願本尊)이라 말하기도 하고 대비천제(大悲闡提)라 하기도 한다.
“중생들을 모두 제도하고 난 뒤 바야흐로 보리를 증득 하리라.
지옥 중생을 하나라도 남겨 둔다면 아예 성불을 하지 않으리라.”
이와 같은 지장보살의 서원이 가장 큰 서원이라 하여 대원본존이라 하며 대비심이 지극하
여 중생을 먼저 제도하는데 힘써 자기 성불을 못한다 하여 대비천제라 한다.


 지장보살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정업소멸(定業消滅)이다. 정업이란 과보를 받기로 결정되는
업을 가리키는 말로 인과원리에 의해 한 번 지어진 업은 그 과보가 반드시 따라와 언젠가 업
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사람이 전생에 지어 놓은 악업이 많아 나쁜 과보를 받게 된 괴
로운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지장보살은 이와 같은 업도 소멸해 준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중생이 지장보살에게 귀의하여 해탈을 구하면 지옥 같은 악도도 벗어나 천상에 갈
수가 있고, 죽기 전 살아생전의 악업으로 인한 과보도 모면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장보살의 대비원력은 참회사상으로 통하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그 죄를 사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지장보살은 중생의 구원을 책임져 설사 어
떤 중생이 큰 죄를 지어 벌을 받게 되었더라도 죄를 사하여 벌을 받지 않게 해 준다는 뜻이 된
다. 다시 말해 지장보살에게 있어서는 이 세상에 벌 받을 중생이 없다는 것이다. 또 지장보살
은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무불시대에 출현하여 대비로 중생을 감싸주어 중생의 고통을 소멸
시켜 준다고 한다.
이러한 지장보살의 특징이 있어 지장신앙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특히 지장신앙은 영가천
도를 위해 신봉되기도 하였다. 이는 지장의 대비원력이 육도중생을 관찰하면서도 특별히 지
옥 중생을 안타깝게 여겨 지옥문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지극한 비(悲)의 정신이 사후
(死後)의 영가에게 입혀지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부모나 조상의 영가가 사후
에 악도의 고통을 피하기를 원하는 자손의 마음이 지장신앙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리하
여 지장보살은 명부세계 곧 저승의 구세주로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명부전
의 주불을 지장보살로 봉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49재나 우란분절인 음력 7월 15일 백중을
기해 조상천도를 위한 기도와 제를 모실 때 지장기도를 하는 관습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해 내려온 지장신앙의 역사적 특징을 살펴보면 신라시대에는 미륵신앙과
결부되어 미래의 이상세계인 불국정토를 꿈꾸는 신앙으로 현실의 고통을 초월, 미륵이 출현
할 때까지의 인고를 달래는 신앙이었다 할 수 있고 고려시대에는 정토사상과 결부되어 지장
의 원력에 힘입어 악도를 모면,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신앙으로의 특징을 가졌었다. 그 이후의
지장신앙은 명부신앙과 결부되어 저승에 가 염라대왕의 업의 심판을 받을 적에 지장의 힘에
의해 구제되기를 바라는 신앙으로 민간에 펴지기도 하였다.


『지장경』은 <도리천궁신통품>에서 <촉루인천품>까지 전체의 내용이 13품으로 나누어 설해
진다.
도리천에서 부처님이 광명을 놓는 장면이 먼저 나오고 삼계 28천의 천상 사람들과 용신(龍
神)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대중이 도리천으로 와 법회에 모인다.
이때 석가모니 부처님이 문수보살에게 도리천에 모이는 대중의 수효를 알 수 있겠느냐 묻
자 문수보살이 자신의 신통력으로 천만겁을 헤아려도 알 수가 없다고 대답을 한다.
부처님은 문수보살이 헤아릴 수 없다고 한 도리천에 모여드는 대중이 모두 지장보살이 교
화한 사람이라 말하며 지장보살이 과거세에 바라문의 딸이었다는 인연 등 지장보살의 공덕을
소개해 준다. 이때 때마침 지옥에 몸을 나타내었던 지장보살의 분신들이 도리천으로 모인다.
이 품을 <분신집회품>이라 이름 하였다. 이와 함께 지장보살에 의해 교화 제도되어 육도의 생
사고통을 벗어난 수많은 사람들이 도리천궁으로 이른다. 이들은 모두 뛸 듯이 기뻐하며 부처
님을 우러러 보았다. 부처님은 지장보살 분신의 이마에 손을 얹고 사바세계에 미륵불이 출현
할 때까지 중생들을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고 미륵불의 수기를 받도록 하라는 가르침을
내린다.
이때 화신으로 있던 온 세계의 지장보살 분신들이 다시 한 몸이 되어 눈물을 흘리며 중생들
의 고통 받는 것을 가슴 아파하며 부처님께 중생들을 생사윤회에서 벗어나 열반의 즐거움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서원을 다짐하며, 부처님께 염려하시지 말라고 말씀을 드린다. 이 말을 들
은 부처님은 지장보살을 찬탄한다.
제3 <관중생업연품>에서 마야부인이 등장하여 지장보살에게 여부제 중생들이 짓는 업이
어떠하며 받는 과보에 어떤 것이 있는가 하고 여쭌다.
지장보살은 오역죄 등을 지어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과보에 대하여 설한다. 이어 <염부제중

생업감품4>에서는 광목(光目)이라는 여인이 복을 주는 아라한을 만나 음식 공양을 올리자 아
라한이 광목여인에게 소원이 무엇이냐 묻는다. 광목은 어머니를 천도하고 싶은데 어머니가
어디계신지 모르겠다고 하자 아라한은 선정에 들어 광목녀의 어머니가 악도에 떨어진 것을
알아낸다. 악도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는 말을 아라한으로부터 들은 광목녀는 자비를 베풀어
어머니를 구해 줄 것을 청한다. 아라한은 청정연화목여래를 염불하고 불상을 조성하여 예배
한다면 어머니가 다시 좋은 과보를 받을 것이라 일러 준다.
광목녀는 아라한이 일러 준대로 부처님 형상을 그려 공양을 올리고 예배를 하였더니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어머니가 광목녀의 집안에 태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준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광목녀의 집안에 있는 여자종이 아들을 낳았다. 이 아이가 태어난 지 사
흘째 되던 날 광목녀에게 슬피 울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생사의 업연으로 지은 과보는 스스로 받는다. 나는 전생에 그대의 어머니였다. 오랫동안
어두운 명부에 갇혀 있었다. 죽어 헤어진 뒤로 여러차례 지옥에 떨어졌다가 너의 복력을 의지
해 이번 생에 사람으로 내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명이 짧아 13살까지 살다 죽어 다시 악도에
떨어질 것이다. 부디 나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다오.”
이 말을 들은 광목녀가 서원을 세워 어머니를 제도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지옥에 빠지는 모
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이 서원을 들은 청정연화목 여래가 광목녀를 칭찬하
며 어머니가 천상에 태어나고 그 다음에 근심 없는 나라에 태어날 것이라고 말해 준다.
부처님은 지장보살이 바로 과거세의 광목녀였다고 말해 준다.

(출처 : 통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