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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재일(成道齋日)

왈선생 2011. 3. 13. 11:39

음력 12월 8일, 오늘은 성도절(成道節)입니다. 성도란 불도(佛道)를 완성했다는 뜻입니다. 왕자로서의 모든 부귀와 권세를 버리고 출가한 수행자 싯달타가 부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부처님이 되신 날입니다. 뼈가 앙상하고, 살갗이 모두 말라붙은 극한의 고행을 버리고, 보리수 아래서 선정에 들어 마침내 궁극의 진리를 깨달은 날입니다.

그래서 사실상 오늘은 불교의 역사가 시작된 날이기도 합니다. 보통 부처님 오신 날을 불가의 가장 큰 경축일로 여기지만 오늘, 부처님 되신 날도 초파일 못지않은 경축일입니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오늘을 성도회(成道會), 납팔회(臘八會), 대각절(大覺節)이라고도 부릅니다.

전국의 각 선방에서는 성도재일을 앞두고 일주일간 철야용맹정진을 합니다. 다 아시다시피 철야용맹정진은 일주일간 잠을 자지 않는 수행, 즉 등을 바닥에 붙이지 않고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하루만 못 자도 몸의 균형이 깨져서 고생을 하는데 스님들은 일주일간 잠을 자지 않고 용맹정진을 합니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님들께서 이처럼 성도재일을 앞두고 용맹정진에 들어가는 것은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시기 전에 하셨던 고행을 잠시라도 경험해보고, 부처님께서 이루신 깨달음에까지 오르기 위한 것입니다.

또 이날이 되면 전국의 모든 사찰에서도 불자들이 모여서 하루 동안의 철야용맹정진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부처님과 같은 고행과 선정, 그리고 해탈의 기쁨을 느끼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 불제자들은 불교가 지구상의 그 어떤 종교보다도 가장 깨달음을 중시하는 종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또한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부처가 될 씨앗을 품고 이 땅에 태어난 보배들입니다.

우리는 성도재일을 맞이하여 다시 한 번 이러한 깨달음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주신 부처님께 진정으로 찬탄하며 용맹 정진해야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보여주신 깨달음, 그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諸惡莫作(제악막작) 하고 衆善奉行(중선봉행) 하라
自淨其義(자정기의) 하면 是諸佛敎(시제불교) 이니라.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라,
스스로 그 뜻을 깨끗이 하면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이렇게 칠불통계에서는 마음을 청정하게 하여 몸과 입으로 악한 행동을 하지 않고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이 불교임을 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자(佛子)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서, 부처님을 닮고, 궁극으로는 부처가 되겠다는 뜻으로 글자 그대로 ‘부처님의 아들 딸’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아들딸 들이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진리를 향해 함께 살아가는 좋은 벗들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바른 지혜와 자비를 갖춘 참다운 불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불교 전통에서는 12월 8일(음)을 성도절(成道節)이라 하여 붓다가 정각(正覺)을 이룬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붓다의 탄생을 기념하는 석탄일이 공휴일이고 불교인뿐만 아니라 타 종교인들도 함께 축복해주는 명절인 데 비해 성도절은 불교 내의 행사에 그치고 그것마저 몇몇 단체의 썰렁한 행사로 그치고 맙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불교인들에게 있어 진정한 명절은 석탄일이라기보다 성도절이 아닐까 싶다. 불교의 시작은 싯다르타의 ‘깨달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젊은 싯다르타의 삶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고뇌와 엄격한 수행 그리고 깨달음이 없었다면 ‘불교’는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불교는 그의 탄생이 아니라 그의 깨달음에서 비로소 시작되었습니다.

석탄일의 봉축 메시지의 대부분이 “이 세상에 진리를 전하러 부처님께서 오신 날”이라 하여 탄생에 큰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석탄일은 싯다르타 태자의 탄생일일 뿐 부처님의 탄생이 아니다.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신 것은 성도일입니다.

오늘은 성도절(聖道節), 부처님 되신 날입니다.
성불의 길이 누구에게나 열린 날입니다. 오늘, 우리도 부처님처럼 용맹정진으로 대자유와 해탈의 길을 열어 갑시다.
부처님의 큰 자비는 우리 모든 중생을 감싸고도 남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그런 부처님이 될 수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에서 스스로 원력을 세우고 수행과 이타 행으로 깨달음을 향해 용맹 정진합시다. 지혜와 자비의 서원을 세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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