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7대 목종왕(穆宗王) 때의 일입니다.
강원도 철원군 심원사(深源寺)에는 범종(梵鐘)이 없어 여러 대중의 정성을 모아 범종불사(梵鐘佛事)의 제공(提供)을 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심원사 아랫마을에 박덕기(朴德其)라는 장님과 이춘식(李春植)이라는 앉은뱅이가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 마을에도 심원사 범종불사의 화주승(化主僧)이 집집마다 권선을 하고 다니면서 박덕기와 이춘식에게도 찾아와서 “ 유기 그릇인 주발, 숟가락, 쇠화루 뭐든지 시주하십시오, 깨진 것도 좋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박덕기와 이춘식은 이상하여 화주스님에게 “스님! 성한 놋그릇은 절에 쓸려고 구하겠지만 깨진 쇠그릇은 무엇에 쓸려도 합니까?”라고 묻자, 화주스님이 “심원사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큰 절인데, 범종 하나 없어서 그 종을 만들려고 깨진 쇠붙이를 구하러 다니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 말은 들은 두 사람은 “스님! 범종은 만들어서 무엇에 쓰며, 그 깊은 산중에 종소리를 들은 사람도 많지 않을 터인데, 종은 쳐서 무엇 하며, 부처님은 어떤 분이며, 불교는 무엇 하는 것입니까?”라고 묻자, 화주스님은 잠깐이나마 불교의 진리와 선악인과를 전하면서 불교의 네 가지 악기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고 합니다.
“불교의 네 가지 악기인 사물에는 범종(梵鐘), 법고(法鼓), 운판(雲版), 목어(木魚)가 있는데, 범종은 우리 지옥중생의 고통을 잠깐이라도 멈추게 하기 위해 치는 것이요, 법고는 네 발 짐승을 상징하며 축생이 죽은 뒤에라도 잘 되라도 치는 것이요, 운판은 공계 중생인 귀신을 천도하기 위해 치는 것입니다. 목어는 물 속에 사는 어족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생로병사를 해탈하신 분입니다.”
화주 스님의 말씀을 들은 두 사람은 자신들이 불구자가 된 것도 선악인과의 업보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화주스님이 두 사람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님을 믿고 부르면 살아서는 이 불구의 고통을 면하게 되며, 복을 받을 수 있고, 죽어서는 극락세계로 가게 됩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마침내 두 사람은 화주스님을 도와 종 불사에 필요한 쇠붙이를 모으기 위해 눈먼 장님인 박덕기는 앉은뱅이인 이춘식의 다리가 되어 주고, 앉은뱅이인 이춘식은 눈먼 장님인 박덕기의 두 눈이 되어 주어 이신동체(二身同體)로써 집집마다 다니면서 쇠붙이를 모아 심원사로 운반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기를 몇 해, 마침내 종 불사는 원만히 이룩하여 명종식(鳴鐘式)을 올려 회향불사(廻向佛事)를 하게 되었고, 두 사람도 명종식에 참석하기 위해 장님인 박덕기는 앉은뱅이 이춘식을 등에 업고 심원사를 향해 대치령(大峙嶺)을 넘어 고갯마루에 다다랐을 때, 허공에 오색구름을 타고 성백의(聖白衣) 관세음보살님이 광명을 놓으시는 광경을 보고 앉은뱅이 이춘식은 “저기 허공 가운데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셨도다.” 하고 소리치며 합장예배를 드리기 위해 일어나려는 찰라 이춘식의 다리가 쭉 펴졌고, 장님인 박덕기는 “어디에 관세음보살님이 강림하셨단 말인가?” 하면서 소리치며 두 눈을 비비다가 두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합니다.
이신동체인 두 사람은 성백의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고 관세음보살님의 성은에 감읍하여 서로 끌어안고 하염없이 기쁨의 눈물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염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종 불사에 화주 시주한 공덕으로 부처님의 광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나를 베풀면 만금을 얻은 것이니 내가 지은 공덕은 빠르면 금생에, 늦으면 후생에라도 받게 되니 내가 뿌린 인(因)은 언젠가는 과(果)가 되어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요, 자작자수요, 인과응보라 하였습니다.
아침 종송(鐘頌)으로는,
원컨대, 이 종소리가 법계에 두루 펴져서(願此鐘聲遍法界)
철위산(지옥이 있는 곳)의 어둠도 다 밝게 하고(鐵圍幽暗悉皆明)
삼도(지옥, 아귀, 축생)가 고뇌를 여의고 도산지옥이 깨어져서(三途離苦破刀山)
일체 중생이 다 정각을 이루어지이다(一切衆生成正覺).
저녁 종송(鐘頌)으로는,
종소리를 듣고 번뇌를 끊으며(開鐘聲煩惱斷)
지혜가 증장하고 보리가 출생하여(知慧長菩提生)
지옥을 여의고 삼계에 뛰어나서(離地獄出三界)
부처를 이루어 중생제도를 원하나이다(願成佛度衆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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