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로챠나/불교입문

보시하는 이의 7가지 마음

왈선생 2011. 3. 13. 10:50

 

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에서는, 보시를 행할 때 보시자가 지켜야 할 마음가짐으로서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① 보시 받는 대상자의 인격을 가벼이 하지 말 것.

베풀면서 내가 잘난 줄 알고 상대가 못난 줄 알아선 안됩니다.
내가 잘나서 베푸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상대가 못나서 받는 것도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은 베풀 때에 우쭐해 하며, 받을 때 비굴해 합니다.    
그러나 가고 옴이 없고, 본래 내 것, 네 것이 없는 세상에 그런 마음 가질 이유가 없음을 바로 깨쳐보셔야 할 것입니다.

베풀 때에 받는 상대의 인격을 가벼이 보려는 마음이거나, 내가 잘 났다고 하는 우쭐한 마음이 되면 베품이 베품이 되지 못합니다.
그것은 베품이 아니라 아상만 키우는 꼴이 되기에 수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보시 받는 자가 바로 나 자신이며, 내 자식이라 생각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내가 내게 주면서, 내가 자식에게 주면서는 보시했다는 생각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하다면 어찌 상대의 인격을 가벼이 여길 수 있겠습니까.

② 대상자의 선악이나 신분, 덕의 유무 등을 분별하지 말 것.            

보시를 할 때는 분별심이 없어야 합니다.
보시 받는 사람에 따라 보시하는 마음이나 보시물에 차이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보시를 받는 대상자가 착한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신분이 높은가 낮은가, 덕이 높은가 낮은가 등을 분별해선 안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꾸 아상을 정당화 하는 쪽으로 마음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자로 재어 놓고는 훗날 나에게 이익이 될까를 따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조금 손해본다 싶어도 많이 베풀어 주고 그렇지 못하면 적게 베푸는 등의 온갖 분별심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보시의 대상은 보시를 필요로 하는 일체 모든이가 되야 한다는 말입니다.
오직 필요로 하는 일체 모든 이에게 아무런 분별없이 그 자리에서 베풀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③ 억지로 보시하면서 악담을 하지 말 것.

억지로 보시 해 놓고서 ‘일좀 하고 살아라’ ‘맨날 받기만 하는 놈’ 하고 악담을 늘어 놓는 다면 그것은 보시 하지 않는 이만 못합니다.
그것은 보시를 한 것이 아니라 되려 업을 짓는 일입니다.

보시의 복덕은 보시물품의 많고 적음으로 쌓이는 것이 아니라,
보시한 이의 마음으로 쌓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전 재산이 만원인 이가 만원을 털어 보시한 것과, 수백억의 재산가가 만원 휙 던져 준 것하고는 차원이 달라집니다.
똑같은 만원이지만 복은 똑같이 만원어치만 쌓이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보시하고자 하는 그 마음에 무량복덕이 쌓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억지로 보시를 해 놓고 악담까지 하게 되는 그 보시자의 마음은 이미 보시의 마음이 아닌 것입니다.

베풀었으면 주었다는 상을 내서 뿌듯해 할 것도 없으며, 주고는 아까워하고 악담을 함으로 인해 찝찝해 할 것도 없습니다.
베풀었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④ 나쁜 것만 골라 주거나, 또 주고 나서 후회하지 말 것.

보시하겠다고 마음 내어 놓고도 우리 마음은 분별합니다.
똑같은 두 개의 물건 중 하나를 보시하겠다고 마음 내어 놓고는 둘 중 어느 것이 더 나쁜 것인가를 요리재고 조리재고 그럽니다.        
그렇게 계산해서 나쁜 것을 줘 놓고는 주고 보니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겁니다.
그러니 주고 나서 후회를 하고 원통해 합니다.

이렇듯 중생의 마음이란‘준다’해 놓고도 정말 주기란 어려운 법입니다.

준다, 베푼다는 말은 참으로 남을 위하겠다는 말입니다.
나에게 필요없는 것을 주는 것은 보시가 아니라 버리는 것입니다.

주겠다는 마음에서는 보다 좋은 것을 주려는 마음이라야 복이 옵니다.
이렇게 주고 나서는 그냥 끝인데 후회할 게 뭐 있겠습니까.
이미 내 것이 아닌데 남의 것 보고 후회할 게 뭐 있겠는가 말이지요.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주고나면 그것으로 앞뒤가 끊어져야 합니다.

⑤ 보시 후에는 스스로 자화자찬하지 말 것.

보시 실컷 해 놓고 복을 다 까먹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입은 모든 화의 근원이라 하였습니다.
보시 해 놓고서 입으로 떠들고 다니며, 신문에 큼직하게 올려 놓고 나 이렇게 보시했노라고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알아주는 보시는 보시가 아니라 거래입니다.
이렇게 베풀었으니 사람들이 알아주고 칭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주고 받으려는 계산하는 마음이니 거래인 것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보시한 일을 칭찬하고 다니면 복이 다 나갑니다.
보시한 복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복이 나가는 것입니다.
오히려 남이 해 주는 칭찬을 크게 경계할 일입니다.

⑥ 받는 사람에게 대가(代價)를 기대하지 말 것.

베풀 때는 갚을 수 없도록 베풀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베풀면 갚을 수 없게 됩니다.

설령 대가를 기대하지 않았더라도 보시받은 이의 마음은 빚진 마음이기 때문에 그 마음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그 사람의 마음은 언젠가는 꼭 이 은혜에 보답해야 하는데 하는
부담스런 마음이 생겨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고 받는 인연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 업보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내가 베풀고 나서 그 마음 딱 끊어버리면 무량한 복이 내게 올 지언정 받은 이와의 거추장스런 주고 받음의 인연관계가 없기 때문에 맑고 밝은 일이 됩니다.

대가를 받겠다는 마음이야말로 그대로 거래하자는 마음이지요.
대가를 받겠다는 마음이면 주고 받는 인과로 얽매이게 되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게 되면 온 우주를 다 덮고도 남을 무량대복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무량대복은 퍼 쓰고 써도 모자람이 없는 한량없는 법계의 복입니다.

⑦ 마음에 의심을 버리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보시할 것.

베풀고 나면 순간 아까운 마음이 의심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지금 내가 잘 한 일인가?,
나도 없어 야단인데!, 주지 말걸 그랬나?
괜히 준 건 아닌가? 하는 등의 의심하는 마음 말이지요.

베풀고 나면 이미 그것은 나와의 인연이 아니기 때문에 인연따라 간 것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말아야 합니다.

준 것도 아닙니다.
그저 가야 할 곳에, 필요로 하는 곳에 인연따라 그냥 간 것이지 준 것도 아니란 말입니다.
그런 의심없는 평화로운 마음이라야 하는 것입니다.

평화로운 마음이란 다시말해 주고 나서 주었다, 받았다 하는 분별이 딱 끊어진 고요한 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 법상스님/ 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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