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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이 마련된 연유

왈선생 2011. 8. 3. 19:14

베라냐에서 생긴 일 (四分律 一)

부처님은 오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사밧티를 떠나 베라냐 마을에 이르셨다.
네란자라 강변의 만다라바 나무 아래 쉬고 계실 때 그곳 사람들은 부처님 일행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문안을 드리려고 모여들었다.

부처님은 여러가지 방편으로 설법하여 그들을 즐겁게 하였다.
마을의 어른 되는 베라냐 바라문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한 나머,
부처님께 여름철 석 달 동안의 안거(安居)를 여기서 지내달라고 간청하였다.
부처님은 잠잠히 그의 청을 받아들여 베라냐에서 여름철을 지내기로 하였다.
베라냐 바라문은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올릴 공양거리를 마련하려고

했는데, 마군(魔軍)의 심술로 그는 갑자기 정신이 흐려져 모든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부처님과 오백명 비구들은 공양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몹시 곤란했다.

거기에다 흉년까지 겹쳐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형편이었다.
그때 마침 팔리국의 말장수가 오백 마리의 말을 몰고 지나가다가 이 마을 가까운 곳에서 우기(雨期)를

지내고 갈 양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비구들은 하는 수 없이 그에게 가서 먹을 것을 빌었다.

말에게 먹을 보리를 얻어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끼니를 이어 갔다.
목갈라나는 생각 끝에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요즘 흉년이 들어 사람들이 굶어 죽는 형편이라 걸식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비구들은 얼굴이 마르고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부처님께서 신통력 있는 비구들에게 웃다라쿠루 같은 데에 가서 자연산의 쌀을 가져와도

좋다고 하신다면 곧 가겠습니다."
"신통력 있는 비구들은 그곳에 가서 쌀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신통력이 없는 비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신통력이 있는 비구들은 자기 마음대로 가고, 신통력이 없는 비구들은 제가 신통력을 써서 데리고

가겠습니다."


"아서라, 그만 두어라.

지금 너희들 가운데 신통을 얻은 비구는 그럴 수 있겠지만, 미래의 비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비구에게는 생각해야 할 일과 생각해서는 안 될 일,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생각해야 하고 행동해야 할 일을 하면 바른 법이 이 세상에 오래 머물게 될 것이고, 생각해서는 안 될

일과 행동해서는 안 될 일을 하면 바른 법이 오래 머물 수 없다."


이때 사리풋타는 조용한 숲속에서 선정(禪定)에 들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했다.
"어떤 인연으로 불법이 이 세상에 오래 갈 수 있고 혹은 오래 갈 수 없게 되는 것일까?"

그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이 뜻을 여쭈었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과거 모든 여래의 가르침을 보면 어떤것은 오래 갔고 어떤 것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 가르침이 오래 존속된 부처님은 반드시 계율을 제정하여 제자들에게 실천하도록 가르쳤다. 계율을 받아 지님으로써 바른 법을 수행하는 데에 게으른 생각이 나지 않도록 했던 것이다.

"이 일은 하고 이 일은 하지 말라.

이 일은 생각하고 이 일은 생각하지 말라.
이것은 끊고 이것은 마땅히 갖추어 지키라."

 

이와 같이 분별해 가르치지 않았어도 부처님과 제자들이 살아 있을 동안은 잘못됨 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입멸(入滅)한 후에는 갖가지 이름과 서로 다른 성과 온갖 집안에서

출가하여 저마다 제 성질을 부리게 되니, 바른 법이 빨리 멸하여 오래 머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을 높은 탁상에 올려만 놓고 붙들어 매는 끈이 없으면 머지 않아

바람에 불려 흩어져 버리는 것과 같다.


사리풋타, 여래의 바른 법이 이 세상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려면 반드시 엄격한 계율이 있어야 한다.

이 계율로써 모든 제자들을 잘 거두어 그릇된 행동을 미리 막아야 할 것이다.

잘 정돈되어 흩어지지 않는 꽃다발은 끈으로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 말씀을 들은 사리풋타는 크게 감동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일찌기 듣지 못했던 말씀입니다.

그러시다면 그 계율을 지금 곧 제정해 주십시오.

모든 비구들에게 청정한 수행으로 바른 법이 오래 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사리풋타, 아직 가만 있거라.

여래는 그 때를 알고 있다.

앞으로 비구들이 명예나 이해 관계에 얽히게 되면 허물을 범하게 될 것이다.

그때 그것을 막기 위해 비구들에게 계율을 제정하여 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잘못된 일이 없으므로 그럴 필요가 없다.

해지지 않은 새옷을 미리 기울 것은 없지 않느냐."

 

 

6.신도계율이 정해진 연유

 


신도의 계율 (優婆塞 五戒相經)

부처님이 성도(成道)하신 후, 바라나시의 녹야원(鹿野苑)에서 다섯 수행자를 귀의시킨 다음

장자(長者)의 아들 야사도 출가를 하였다.

야사의 부모는 집을 나간 외아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걱정하던 끝에 사방에 사람들을 놓아 아들을

찾게 했다.

아버지 자신도 아들을 찾아 나섰다.

강변에 이르러 야사가 벗어 놓은 듯한 황금빛 신을 발견했다.

강 건너 수행자들이 사는 녹야원에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곧 강을 건넜다.

찾아간 곳은 부처님이 계신 처소였다.


부처님은 그를 위해 여러 가지 방편으로 설법을 하셨다.

야사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마음이 열리어 신도가 되기를 원했다.

부처님은 그를 위해 삼귀의(三歸依)와 오계(五戒)를 차례대로 말씀하셨다.
"진리를 깨달으신 부처님께 의지합니다. 올바른 가르침에 의지합니다.

가르침을 수행하는 승단에 의지합니다."
이와 같이 삼귀의를 외게 한 다음 오계를 일러 주셨다.


"첫째, 산 목숨을 죽이지 마시오.
둘째, 주지 않는 것을 갖지 마시오.
셋째, 사된 음행을 범하지 마시오.
넷째, 거짓말을 하지 마시오.
다섯째, 술 마시지 마시오."


부처님이 야사의 아버지에게 `지킬 수 있습니까?' 하고 물으시니,

야사의 아버지는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키겠습니다' 하고 맹세했다.

이렇게 해서 야사의 아버지는 부처님의 가르침 아래서 맨 처음으로 삼귀의와 오계를 받은 신도가

되었다.

수디나의 음행 (四分律 一)

부처님이 베살리에 계실 때 또 흉년이 들어 비구들은 걸식하기가 힘들었다.
칼란다카 마을 출신인 수디나는 그 고장에서도 재산이 많은 집안의 아들이었으나 믿음이 굳었기

 때문에 출가하여 수행승이 되었다.

 

수디나는 생각하였다.
`요즘처럼 걸식하기 어려운 때에는 차라리 여러 스님들을 우리 고향집 가까이에 모시고 가서

지냈으면 어떨까.

그러면 의식(衣食)에 곤란도 없어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친족들도 이 기회에 보시를

하여 복덕을 짓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비구들과 함께 칼란다카로 갔다.

수디나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여러 스님들과 함께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며 찾아가 만났다.

 

"수디나, 이제는 집에 돌아가 살자.

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집안에 남자라고는 없으니 많은 재산이 나라에 몰수될 형편이다.

네가 이 집안을 돌보지 않으면 어찌 되겠느냐?"
그러나 수디나는 청정한 생활을 즐기고 도 닦을 뜻이 굳어 그런 말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는 몇 번이고 간청하다가 헛수고인 줄 알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튿날 어머니는 며느리를 곱게 꾸며 수디나에게 데리고 와서 애원했다.
"네가 정 그렇다면 자식이나 하나 두어 너의 대를 끊이지 않게 해다오."
"그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고 수디나는 승낙했다.

이때는 계율이 제정되기 전이었으므로 수디나로서는 그 일이 별로 허물되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의 팔을 끼고 숲속으로 들어가 음행을 하였다.
그 후 부인은 아홉 달만에 아들을 낳았는데 아이는 얼굴이 매우 단정하였다.

이름을 종자(種子)라 했다.

자란 뒤 그도 머리를 깎고 출가하였다.

부지런히 수행하여 마침내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렀다.

신통이 자재하고 위력이 한량없어 그를 종자존자(種子尊者)라 불렀다.
한편 수디나는 부정한 짓을 행한 뒤부터는 항상 마음이 언짢아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함께 수행하던 벗들은 수디나의 우울해 하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겼다.


"수디나, 스님은 오랫동안 청정한 수행을 쌓아 위의와 예절을 모르는 것이 없는데 요즘은 어째서

그렇게 우울해 하십니까?"
"얼마 전에 예전의 아내와 관계가 있었던 그 뒤부터는 마음이 불안하고 우울합니다."
이때 비구들은 이 사실을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은 이 일로 해서 모든 비구들을 모아놓고 수디나를 불러 사실을 확인하려 하셨다.
"수디나, 들리는 말과 같이 너는 정말 그런 짓을 했느냐?"
"그렇습니다, 부처님. 저는 부정한 짓을 범했습니다."
부처님은 여러 가지로 꾸짖으셨다.
"네가 한 일은 옳지 못하다.

그것은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청정한 행동이 아니며 수순(隨順)하는 행도 아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수디나, 청정한 법을 수행하여 애욕을 끊고 번뇌를 없애야 열반에 들어간다는 것을 어찌하여 잊어

버렸는가!"


부처님은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차라리 남근(男根)을 독사의 아가리에 넣을지언정 여자의 몸에는 대지 말라.

이와 같은 인연은 악도에 떨어져 헤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애욕은 착한 법을 태워버리는 불꽃과 같아서 모든 공덕을 없애버린다.
애욕은 얽어 묶는 밧줄과 같고 시퍼런 칼날을 밟는 것과 같다.

애욕은 험한 가시덤불에 들어가는 것 같고, 성난 독사를 건드리는 것 같으며, 더러운 시궁창과

같은 것이다.

모든 부처님들은 애욕을 떠나 도를 깨닫고 열반의 경지에 들어간 것이다.
수디나가 어리석어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으니 이제 부터는 계율을 제정하여 지키게 해야겠다.

여기에는 열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교단의 질서를 잡기 위해서요,
둘째는    대중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요,
셋째는    대중을 안락하게 하기 위해서요,
넷째는    믿음이 없는 이를 믿게 하기 위해서요,
다섯째는 이미 믿은 이를 더 굳세게 하기 위해서요,
여섯째는 다루기 어려운 이를 잘 다루기 위해서요,
일곱째는 부끄러운 줄 알고 뉘우치는 이를 안락하게 하기 위해서요,
여덟째는 현재의 실수를 없애기 위해서요,
아홉째는 미래의 실수를 막기 위해서요,
열째는    바른 법을 오래 가게 하기위해서다.


계를 말하려는 사람은 이와 같이 말하라.
어떤 비구가 부정한 행을 범하고 음행을 범하면 그는 파라지카(根本罪)이다.
함께 살지 못한다."

부처님은 이와 같이 비구들에게 프라티목샤(戒本)의 첫째 조문을 제정하고 널리 알렸다.

이것은 교단이 생긴 지 다섯 해만의 일이다.

이때부터 때와 곳을 따라 비구들의 잘못을 보실 때마다 널리 가려 내어 말씀하셨다.

그래서 비구는 이백 오십 계, 비구니는 삼백 사십 팔계 가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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