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
태자는 보리수나무를 등지고 동면(東面)하여 굳센 마음으로 “가죽도 근육도 뼈도 마를 테면 마르라. 체내의 살도 피도 마르라. 정각에 도달하지 않고는 이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으리라”고 결심하고 확고 부동한 가부좌(跏趺坐)의 자세를 취하였다.
이것을 안 마왕(魔王)은 “실달태자는 내 지배로부터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벗어나게 내버려두어서 될 것인가?”하고 마군(魔軍)에 접근하여 이와 같이 말하고 요란스런 소리를 일으켜 마군을 인솔하고 나왔다. 마군의 행렬과 그 호규(號叫)하는 소리는 어마어마하게 길고 어마어마하게 컸다.
마왕은 ‘기리메에카라’라는 큰 코끼리를 타고 수천의 화신(化身)을 만들어 갖가지 무기를 갖게 했는데 하나도 같은 무기(武器)를 가지고 있는 자(者)가 없었다. 그리하여 태자에게 쇄도(殺到)해 왔다.
그 때 삼천세계(三千世界)의 천인(天人)들은 모두 옆에 서서 태자를 찬탄하고 천인들 중의 하나인 제석천(帝釋天)은 ‘대승리(大勝利)’란 이름의 나패(螺貝)를 불며 서 있었다. 이 나패는 백 20손(手) 길이나 되는 큰 것으로 한번 불어넣으면 넉 달 동안이나 그냥 계속해서 울린다는 것이다. 마하아카아라(摩訶迦羅) 용왕은 백구(百句)도 넘는 게송(偈頌)으로 찬탄을 하며 서 있었고, 대범천(大梵天)은 흰 일산(日傘)을 받들고 서 있었다.
마군은 태자가 앉은 금강처럼 튼튼한 보좌(寶座) 가까이까지 오기는 왔으나 아무도 더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태자를 향했다가는 또 도망치고 그러기를 계속하였다. 마군이 내습하자 마하아카아라 용왕은 땅 속 깊숙이 있는 만제리카 용궁(龍宮)으로 도망해 들어가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누웠다. 제석천은 나패(螺貝)를 메고 세계의 끝까지 달아나고, 대범천은 흰 일산을 세계의 끝에 세워놓고 자기 세계로 도망쳐 버렸다. 한 사람의 천인도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어 달아나고 태자 홀로 그대로 않아 있었다.
마왕은 그 군세(軍勢)를 향해 말하기를 “이 정반왕의 태자, 실달다에 비할만한 사람은 없다. 우리도 정면에서 싸울 수는 없다. 뒤로부터 달려들자”라고 하였다.
태자는 삼방(三方)을 보고 모든 천인들이 달아난 것을 알고, 또 북쪽으로부터 쇄도(殺到)하는 마(魔)의 대군(大軍)을 보았다. ‘이렇게 많은 군세(軍勢)가 나 혼자에게 닥쳐온다. 여기에는 내 부모도 형제도 친척도 한 사람도 없다. 다만 이 십바라밀(十波羅蜜; 바라밀이란 범어 ‘파아라미타아’로서 到彼岸이라 漢譯되며 完成의 수단이 되는 德目을 말한다)만이 오랫 동안 내가 기른 군세(軍勢)와 같을 뿐이구나. 그러니 이 바라밀을 방패로 해서 그 칼로써 침공해 오는 마군을 분쇄하고 말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십바라밀을 염하면서 앉아 있었다.
마왕은 먼저 태자를 놀라게 하여 그곳에서 물러나도록 하려고 바람을 일으키는 수레[風輪]를 던졌다. 곧 사방(四方)으로부터 큰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바람은 높고 산들은 무너뜨리고 숲과 나무들을 뿌리째 빼버리고, 마음이나 성읍(城邑)을 분쇄할만한 위력(威力)이 있는 것이나, 태자의 덕(德)의 힘으로 그 위력이 죽어 태자 가까이에서는 그 옷자락을 흔들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마왕은 물로써 공격하여 죽이려고 큰비를 내리도록 하였다. 그 때문에 겹겹이 쌓인 뭉게구름이 비를 억수로 쏟아 땅에 구멍을 뚫고 숲의 나무가 전부 물에 잠길 정도로 많이 쏟아졌다. 그래도 태자의 옷은 이슬방울 정도의 빗방울도 맞지를 않았다.
마왕이 돌을 빗발치듯 날려보냈다. 큰산이 하늘에서 무너져 굴러 떨어지게 하였다. 그러나 그 돌들은 태자 옆에 오자 천상의 꽃으로 바뀌었다.
마왕은 또 칼날을 빗발치듯 날려보냈다. 칼이나 창이나 화살의 예리(銳利)한 날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으나 그것 역시 태자 옆에서 천상의 아름다운 꽃이 되고 말았다.
불덩이를 빗발치듯 하늘에서 내려 떨어지게 하면 그것도 역시 태자 곁에서는 천상의 꽃이 되었다. 뜨거운 재를 비 오듯 뿌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름다운 향 가루가 되었고 토사를 뿌리면 그것이 또 천상의 꽃이 되었다. 진흙은 도향(塗香, 바르는 향)이 되었다. 마왕이 ‘이것으로 놀라게 해 내쫓으리라’하고 캄캄한 암흑을 일으키면, 사방이 캄캄하고 지척을 분간할 수 없게 되었지만 태자의 옆에서는 햇빛을 만난 것처럼 어둠이 사라졌다.
마왕은 이렇게 아홉 가지의 공습(攻襲)을 해 보았으나 효력이 없는 것을 보자 옆에 있는 부하들에게 질책(叱責)하며 ‘잡아 때려서 달아나게 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자기도 그 기리메에카라 코끼리 위에 올라타고 챠크라(수레바퀴처럼 생긴 무기)라는 무기를 들고 태자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그는 ‘싯다아르타야, 그 자리에서 일어나라. 네게 적당한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는 내 것이다’라고 고함을 질렀다.
태자는 그 말을 듣고 ‘너는 십바라밀(十波羅蜜)을 닦은 일이 없다. 하물며 그 위의 바라밀 그 위의 최상의 바라밀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다섯 가지 대사시(大捨施, 큰 희생)도 혜행(慧行, 지혜의 실현)도 세간행(世間行, 현실참여)도 각행(覺行, 覺의 실현)도 모두 닦지 않고 있다. 이 자리는 네 것이 아니라 내 것이다’하고 말하였다.
마왕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챠크라를 태자에게로 향해 던졌다. 그러나 십바라밀을 염(念)하고 있던 태자 머리 위에서 그것은 꽃으로 만든 일산(日傘)이 되고 말았다. 챠크라란 무기(武器)는 면도칼날처럼 예리한 것으로 아무리 굳은 바위라도 마치 대를 자르듯 잘라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일산(日傘)이 되고만 것이다.
나머지 군세(軍勢)는 이번에는 하고 큰 암산(岩山)을 헐어 태자에게 던졌으나 그것도 또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 천인들은 세계의 말단에 서서 머리를 길게 빼고 바라보며 그 아름다운 태자의 몸이 산산이 흩어져 미진(微塵)이 되었으리라고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 때 태자는 ‘바라밀을 원만히 성취한 구도자(求道者)가 정각(正覺)을 이루는 날 쓰여질 이 자리는 나의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마왕아, 네가 보시를 행했다는 데 대한 증인이 있느냐’고 물었다. 마왕은 ‘이것들이 다 내 증인이다’하고 그 군대를 가리켰다.
마왕의 군대는 제각기 “내가 증인이요, 내가 증인이요”하고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대지(大地)를 흔들어댔다. 그 뒤 마왕은 태자에게 태자의 증인은 누구냐고 물었다.
태자는 “네가 보시(布施)한 데 대해서는 유심(有心)의 증인이 있지만 내가 한 보시에 대해서는 유심(有心)의 증인은 없다. 내가 타생(他生)에 있어서 행한 보시는 잠시 말하지 않는다 치고 (前生에) 벳산타라 태자였을 때 행한 칠백의 대시(大施)에 대해서는 유심(有心)이 아니고 무정(無情)한 자라고는 하겠지만 이 중후(重厚)한 대지가 증인이다.” 이렇게 말하며, 오른 손을 가지고 대지를 짚었다.
대지는 “내가 그 때의 증인이다”하고 백천만의 규환(叫喚)을 일으켜 마군을 제압하고 말았다. 또 마왕이 타고 있던 기리메에카라 코끼리도 그 태자의 대시(大施)를 생각하면서 큰 몸집을 땅에 던져 무릎을 끊었다. 마군은 그 목걸이며 속옷들까지도 남긴채 뿔뿔이 팔방으로 달아나 버렸다.
천인들은 이 마군의 대패배를 보고 “마군은 졌다. 싯다아르타는 이기셨다. 승리의 공양을 드리자”하면서 향기로운 꽃을 손에 들고 태자에게로 나아가 그 승리를 찬미하였다. 황금의 날개를 가진 새들도 용(龍)도 그 밖의 모든 천인들이 다 그 뒤를 따라 태자를 찬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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