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일반

티베트를 소재로 한 영화들

왈선생 2011. 3. 22. 21:00

티베트를 소재로 한 영화들


‘억압받는 순수와 신비의 세계’ 티베트가 미국인의 불교에 대한 관심 고조에

편승해 영화 소재로 할리우드의 각광을 받고 있다. 7편의 영화가 상영 또는

촬영에 들어가자 탄압자로 지목된 중국측은 저지에 총력 기울였는데 달라이

라마의생애를 다룬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쿤둔」(Kundun)이 올해 칸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장-자크 아노 감독의 「티베트에서의 7년」(Seven Years in Tibet)

은 올 가을에 개봉된다. 브래드 피트가 달라이 라마의 개인교사였던 오스트리아인

탐험가 하인리히 하레르役을 맡은 영화다.

한편 현재 준비중인 티베트 관련 영화도 최소 5편은 된다. 티베트를 무대로 한

CIA 요원의 활약상, 티베트의 설인(雪人), 티베트의 테러, 티베트의 정열, 티베트

에서 부서진 청춘의 꿈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 불교에 눈을 뜨는 유대인에 관한

영화 두 편을 포함해 다큐멘터리도 많이 제작되고 있다. 『카메라가 있는 사람은

모두 티베트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티베트 기금의 텐징

초다크 이사장은 말했다.


요즘 티베트가 할리우드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할리우드가 신비스런 티베트

를 처음 끌어안은 지 60년 만의 일이다. 「샹그릴라」라는 히말라야의 낙원을

다룬 제임스 힐턴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잃어버린 지평

선」(Lost Horizon, 1937년)에서 티베트는 영원한 청춘의 땅으로 그려졌다. 그곳

에서는 음악가들이 하프시코드로 라모의 곡을 연주하며 영겁의 세월을 보냈다.


그 뒤 서방인들은 실제 티베트와 신화를 혼동하곤 했다. 중국이 1950년 티베트를

점령하자 그 신화는 서방인들의 투쟁 대상으로 바뀌었다. 젊은 승려들이 눈 덮인

산 정상에서 기도나 올리던 조용한 한때의 이상향(理想鄕)은 공산주의 독재에

맞서 싸우는 박해받는 낙원으로 바뀌었다.

영화화하기에 딱 좋은 생생한 우화였다.멋진 산을 배경으로 한 데다 물결치는 옷

을 걸친 달라이 라마라는 극적인 중심인물이 등장하는 근사한 영화감이었던 것이

다. 티베트 스토리에서 늘 악역으로 등장하는 중국이 마침 서방세계의 주요 근심

거리로 부상한 시점에서 티베트에 대한 할리우드의 짝사랑이 드디어 극에 달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제 러시아를 악당으로 삼던 시절도 지났다. 중국의

출현에 대한 두려움은 자연스레 티베트에 대한 동정으로 이어진다. 티베트는

97년 할리우드의 인기 주제일 뿐만 아니라 정의의 투쟁목표다.

「브루클린에서 온 부처」(Buddha from Brooklyn)라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한 영화사의 데니스 디 노비는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人들의 투쟁 이야기는

할리우드의 상상력을 발동시킨다』고 말했다.『매우 서사적이고 비극적이며

감동적인 스토리다.』


티베트 관련 영화대본이 범람하는 것은 할리우드를 비롯한 美 전역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 아니 그 점을 이용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美 전역에서 우후죽순격으로 늘고 있는 불교연구 모임은 주로

티베트에서 망명한 라마僧들이 이끄는 것이다. 불교식 명상을 통해 서구식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이 많아졌다. 미국의 불교 잡지 트라이사이클誌의 발행부

수는 지난 4년간 배로 늘었다. 박해받는 티베트 스토리에 대한 할리우드의 집념은

그것을 막기에 필사적인 중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티베트에서는 절대로 영화

촬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방침이다. 따라서 아노 감독은

「티베트…」을 아르헨티나에서 촬영했고, 스코시즈 감독은 모로코에서 「쿤둔」

을 찍었다. 작년 11월 중국 정부는 심지어 「쿤둔」의 제작비를 대고 있는 디즈니

社에 대해 달라이 라마에게 우호적인 영화를 만들면 디즈니社의 중국내 주제공원

프로젝트와 중국 시장의 영화배급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즈니측은

이에 굴하지 않고 영화 지원을 계속했으며, 결국 중국 정부가 한걸음 물러서는

듯했다. 그러나 다른 영화사들은 「쿤둔」사태를 보고 지레 겁을 먹었다.

스티븐 시걸이 60년대를 배경으로 티베트 반군을 돕는 CIA 요원으로 나오는

액션영화 「딕시 컵스」(Dixie Cups)는 중국의 반응을 두려워한 나머지 1년 이상

연기됐다. 이 영화의 제작까지 맡은 시걸은 모두들 뜯어말리지만 그래도 영화는

반드시 만들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대다수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중국을

겁내고 있다. 그들은 주제공원을 놓고 협상이나 하려 든다. 정신적 문제보다

사업에나 관심이 있는 것이다.』


현재 제작중인 티베트 관련 영화중 중국의 비위에 맞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독립영화 「바람의 말」(The Wind Horse)의 주인공인 티베트의 한 여가수는 중국

이 그녀의 사촌인 여승을 투옥하고 고문하자 양심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거대한

입체영화 제작사인 아이맥스는 올 가을 에베레스트산에 관한 영화를 개봉할 예정

이다. 그 영화에는 티베트의 한 모험가가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오른 뒤 중국이

금지한 티베트 기를 펼치는 극적인 장면이 나온다.

19세기 시대극으로 유명한 머천트 아이보리 프로덕션은 80년대 말 티베트에서

중국 정부의 유혈진압을 목격하는 두 미국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대본을

사들였다. 작가 블레이크커는 이 정치 액션 드라마를「킬링 필드」와「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의 결합이라고 불렀다.


중국이 그 모든 영화를 다 막을 재주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티베트에

관한 자체 제작 영화로 역공을 시도하고 있다. 그 영화에서는 영국이 탄압자로

나온다. 「홍강 계곡」은 1904년 영국군의 티베트 침공을 소재로 한 러브 스토리

다. 펑샤오닝 감독은 티베트에서 철수하기 전 수백 명을 학살한 영국 군대의

잔학성을 재현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중국의 강압조치 탓에 티베트는 할리우드에서 가련한 피해자로 떠올랐다. 중국이

디즈니社에 압력을 가하자 앨릭 볼드윈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같은 유명인사들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중국 정부와 티베트의 인권문제를 따지라

고 촉구했다. 애나 수이, 토드 올덤, 마크 제이컵스 같은 패션 디자이너들은

「프리덤 포 티베트」(티베트에 자유를)라는 꼬리표가 달린 옷을 팔면서 고객들

에게 중국 상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근년에는 리처드 기어와 해리슨 포드가 상원

외교委에 출석해 증언하면서 미국이 달라이 라마를 지원하는 외교를 활발히 펼칠

것을 촉구했다.


달라이 라마는 그 유명인사들의 지지가 반갑기만 하다. 인도의 다름살라에서

망명생활중인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티베트 독립운동에 바치고 있다. 그는 특히

LA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가을 달라이 라마는 해리슨 포드 부부가

마련한 베벌리 힐스의 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티베트와 서방에 관한 저서를

준비중인 작가 오빌 셸은 『달라이 라마는 장소를 가릴 것 없이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대사관도 없고 정치적 파워도 없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영향력 행사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그는 일종의 독립국이라고 볼 수 있는

할리우드에 자신의 대사관을 차려놓은 셈이다.』할리우드에는 달라이 라마를 위해

뛰는 로비스트들만 있는 게 아니라 추종세력도 있다. 그중 가장 헌신적인 사람은

아마도 리처드 기어일 것이다. 그는 93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티베트에 대한

지원을 호소한 뒤로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두 번 다시 초대받지 못했다. 그래도

골디 혼, 윌렘 데포, 데니스 퀘이드, 멕 라이언을 비롯한 수십 명의 스타가 불교

와 티베트 문화에 관심을 보였다.


달라이 라마가 유명인사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다 보면 그들 사이의 구별이 흐려질

위험이 있다. 콜비大의 아시아 전문가 리 페이건은 서방인들은 이미 티베트를

선과 악이 대결하는「스타 워즈」시리즈 정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달라이 라마는 스타 워즈에 나오는 자애로운 현인 오비-완

케노비役을 실생활에서 맡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에게 달라이 라마는

환생한 신이다. 티베트 주민들 중에는 스티븐 시걸 같은 액션 스타나 셰런 스톤

같은 섹스 심볼과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는 달라이 라마의 존엄성을 문제 삼는

사람도 있다.달라이 라마는 자신이 할리우드 인사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두고

『남들이 뭐라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도 고려했다는 점을 그는 분명히 밝혔다. 『티베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리틀 부다」 같은 영화를 보자.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범인이 부처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런 식으로라도 부처를

보여주는 것은 부처의 생애와 불교사상을 널리 전파하는 수단이 된다.』


할리우드의 작가들만이 부처 이야기에 끌리는 것은 아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로렐

치텐은 유대교에 회의를 품은 한 유대인이 불교에 눈을 뜨는 과정을 그린 현대판

오즈의 마법사」이야기를 편집중이다. 그 외에도 디 노비 감독의 「브루클린에서

온 부처」가 있다. 그 작품은 자신의 신분이 17세기의 한 성인이 환생한 툴쿠임을

깨달은 유대-이탈리아系 뉴욕 소녀 젯선마의 생애를 기초로 한 「코미디性 드라마」

다. 젯선마는 직접 발명한 모발 보호용 모자를 TV 광고를 통해 팔고 그 수익금

으로 메릴랜드 수도원을 운영한다.티베트는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의 열풍이

한창이던 1930년대 후반부터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사람들의 동경 대상이었다.

당시 제임스 힐턴이 그린 순수하고 평화로운 샹그릴라의 이미지는 『히틀러가

등장하기 이전의 불안한 분위기에서 유럽인들이 그리던 모든 것』을 제공했다고

작가 셸은 말했다. 결국 티베트는 『실제 장소라기보다는 오히려 시대정신으로

변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제 중국의 시장개혁에 따라 비디오 가게·포르노·술 등이 이 지상낙원에 유입

되고 있는데도 할리우드는 여전히 과거의 티베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쿤둔」과 「티베트…」는 모두 중국이 점령하기 이전의 옛모습을 재구성하려고

애썼다. 이제 서방세계는 중국을 신흥 강대국으로 인정하면서 동양의 신비를

대신할 새로운 우상을 찾고 있다. 혹자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말할 것이다.

『미국인들의 마음속에서 중국은 늘 물질 만능주의에 물들지 않은 신비스러운

존재였다. 이제 중국이 물질주의에 물든 이상 그 신비의 이미지가 티베트로 옮겨진

것』이라고 페이건은 말했다.


일부 지각있는 유명인사들은 할리우드가 티베트를 감싸안음으로써 티베트를 살리기

는 커녕 오히려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티베트를 위한 국제 캠페인」의 존 애컬리 사무총장은 해리슨 포드가 티베트를

돕고는 싶지만 포스터용으로 이용당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더라고 돌이켰다.

스포트라이트는 늘 유명인사에게 쏠리게 마련이다. 지난 겨울 카네기 홀에서 열린

티베트를 위한 모금 콘서트 후 기자들은 패티 스미스와 마이클 스타이프 등의 유명

가수들에게 티베트에 대한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그들 뒤에는 진홍색과 선황색

승복 차림의 라마승들이 앉아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들에게 티베트에 대해 질문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유명인사가 참석하는 행사는 으레 그런 식으로 끝나게 마련

이다. 할리우드에 새롭게 유행하는 티베트 바람을 통해 우리는 티베트보다는

오히려 할리우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할리우드가

티베트에 대한 관심을 잃으면 대신 또다른 관심거리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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