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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기어와 현각 스님, 불교를 말하다

왈선생 2011. 3. 22. 20:53

 

리처드 기어와 현각 스님, 불교를 말하다

“평상심이 바로 道, 은둔도 安居도 아니다”
“자비 실천위해 늘 ‘나’를 비우려 한다”
기어 “좋은 아빠·남편 노릇도 중요한 수행”

김한수 기자(정리) hansu@chosun.com 

    리처드 기어와 현각 스님―. 한 사람은 세계적 스타배우다. 또 한 사람은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열림원)라는 베스트셀러 저자로 유명하다. 이들이 ‘스타’라는 감투를 벗고 무릎을 맞댄 채 ‘불교 수행’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둘 모두 미국 기독교(감리교와 천주교) 전통의 집안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성인이 된 후 불교 수행의 매력에 빠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불교TV(BTN) 주선으로 뉴욕 맨하튼 리처드 기어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정중히 합장으로 인사한 후 40분간 대담했다. 기어는 현각 스님의 스승인 숭산 스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푸른 눈의 출가수행자(현각 스님)와 재가수행자(기어) 두 사람은 ‘한국불교’ ‘티베트불교’의 벽을 넘어 오랜 도반(道伴)처럼 불법(佛法)에 관한 토론했다. 현각 스님은 한국의 승복(僧服) 차림이었고, 리처드 기어의 손목에는 염주가 걸려 있었다. 두 수행자의 대담 내용을 정리했다. 불교TV는 현각 스님과 리처드 기어의 대담을 13일 저녁 방영할 예정이다.

    현각 스님(왼쪽)과 리처드 기어가 대담을 마친 후 서로 합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불교TV제공

    ◆불교에 빠진 이유

    현각=불교에 매력을 느껴 수행을 시작하고 좀 더 깊이 들어갔을 때 스승을 찾을 수 없었다. 하버드에서 숭산 스님을 뵌 후 너무 감동 받았고 즉시 집중적으로 수행을 시작했다. 숭산 스님의 시자(侍子)로 살면서 100일 안거, 90일 안거 등 해병대 스타일로 수행하면서 진정한 기쁨을 느꼈다.

    기어=나는 스스로 정신에 대한 관심에서 불교에 이끌렸다. 내게 있어 불교는 농부의 종교와 같은 것이었다. “나는 비를 내리게 할 수 없어” “나는 햇빛을 만들 수는 없어” 같은 엄숙성이다. 나는 그것이 선불교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불교 수행의 매력

    현각=선불교는 모든 것을 비우고 잘라내고 화두(話頭)를 참구하면서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 마음의 본성을 직접 바라보는 것이다. 당신은 선불교 수행의 어떤 점이 좋았나, 그리고 티베트불교를 받아들이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기어=선불교 수행을 통해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몸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이해했다. 내 마음을 바라보는 나날의 리듬이 생긴 것이다. 그런 관조는 극히 고통스러웠지만 수행습관을 만들어줬다. 달라이 라마를 처음 친견했을 때는 자비심을 발견했다. 나는 아무리 바빠도 하루 1시간 이상 수행한다. 공간은 확대되고, 시간도 늘어난다. 아이들이 생겼을 때 이제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더 많은 시간이 생기더라.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는 것 역시 중요한 수행이다. 이 모든 것을 불법(佛法)으로 바꾸는 방법을 몰랐다면 나는 진작에 미쳤을 것이다.

    현각 스님 /조선일보 DB

    ◆자비심

    현각=선불교나 대승불교에서는 ‘평상심이 바로 도(道)’라고 한다. 도(道)란 일상생활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안거(安居)도 아니고 은둔생활도 아니다. 바쁜 생활 중에 어떻게 수행을 계속하는가?

    기어=매일 가장 먼저 수행을 하면서 어떤 일을 할 동기를 강화한다. ‘나는 모든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여기 있다’는 마음이 일어나면 그 즉시 모든 성인들의 손길을 어깨와 머리에 느낄 수 있다. 그런 거대한 긍정적 에너지와 연결되면 하루 종일 힘이 생긴다. 아주 작은 자비심을 일으키려 해도 어느 정도는 ‘나’가 없는 ‘무아(無我)’의 경지에 있어야 한다. 남의 문제를 내 문제로 느끼려면 어떻게든 자기 문제를 잊어야 한다.

     

    ◆서구 현대사회와 불교

    현각=불교가 미국에 전해진 지 100년이 넘어 문화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난폭하고 물질적이며 낭비적인 세상, 어두운 문화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가?

    기어=언어장벽은 없어졌지만 불교는 서양에서 아직 너무 어리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아, 난 불법을 알아, 이해했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나는 30년 동안 공(空)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아직 잘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지런히 일하고 수행해야 한다. 부처님의 원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몇 년 전 달라이 라마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묻는 사람에게 ‘가장 값싼 길이 뭐냐고 묻는 것인가’고 반문한 적이 있다. 우리는 가장 비싼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에 먼지 한 톨이라도 남는다면 우린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다.

    리처드 기어 /AP

    ◆사홍서원(四弘誓願·네 가지 큰 서원)

    현각=사홍서원 중 첫 번째인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이런 일이 당신에게는 매일 어떻게 일어나는가?

    기어=동기가 중요하다. 달라이 라마는 무엇보다 그 서원을 말하라고 가르쳤다. ‘그냥 말하다 보면 결국 당신의 마음이 그 생각으로 꽉 차게 될 것이다’라고. 피아노 치는 것과 같다. 처음부터 모차르트를 연주할 수는 없다. 그냥 치기 시작하면 서서히 감이 온다. 타고난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 어떤 스승은 사람들이 TV나 영화를 봐야 자극을 받는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멋진 영화, 가장 변화무쌍한 TV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현각 스님은  

    1964년생.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전공했다. 하버드대학원 재학 시절 불교에 심취해 수행에 열중하던 중 한국 출신의 숭산 스님(2004년 입적)을 친견한 후 출가했다. 자신의 구도 과정을 적은 에세이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유명하다. 경북 영주 현정사 주지, 서울 수유리 화계사 국제선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도 한국 선불교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리처드 기어는  

     

    1949년생. 세계적인 영화 스타.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 ‘아메리칸 지골로’ ‘사관과 신사’ ‘브레드레스’ ‘노 머시’ ‘귀여운 여인(프리티 우먼)’ ‘써머스비’ ‘프라이멀 피어’ ‘뉴욕의 가을’ ‘언페이스풀’ ‘시카고’ 등 영화에 출연했다. 20대에 독서를 통해 불교를 접한 후 1980년대부터 달라이 라마의 미국 내 최대 후원자 중 한 명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전세계 에이즈 예방 및 퇴치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각 스님과 리처드 기어가 불교수행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불교TV제공=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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