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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고각하(照顧脚下)

왈선생 2011. 3. 13. 11:18

 

선원의 현관에 들어서면 '조고각하(照顧脚下)'라거나 '간각하(看脚下;발 밑을 살펴라)'라고 쓰여진 팻말이 붙어 있다. '조고'는 '주의한다', '살펴본다'의 뜻이며, '각하'는 '발 밑'이란 뜻이다. 따라서 '조고각하'는 '발 밑을 조심하라', '발 밑을 주의해 소홀히 행동치 말라'는 뜻이며, '신발을 어지러이 벗어 놓지 말라.'는 뜻도 된다. 조고각하 외에 '신발을 어지러이 놓지 말라'는 팻말도 보인다.

조고각하는 자기 반성의 의미이다. 즉 수행자는 밖을 향해 구하지 말고 내적인 자기 본성을 살펴보라는 뜻으로서 밖을 향해 찾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자기 발 밑을 보는 사람은 적고 남의 발 밑을 잘 보고 남의 잘못을 비판하는 사람은 많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남을 향한 눈을 자기에게 돌려 항상 발 밑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조고각하는 바로 '너 자신을 알라'이며, '자기를 반성하라'이다. 자기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그것이 바로 현실생활의 모든 재난을 예방하는 것이다.

한 수좌가 각명(覺明) 선사에게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은 무엇입니까(如何是祖師西來意)?"하고 물의니 "네 발 밑을 보라(照顧脚下)."고 대답했다.
선의 근본 뜻을 묻는 질문에 '발 밑을 잘 보아라. 지금 네가 서 있는 곳이 어떠한지'라고 답한 것이다. 이 말의 뜻은 바로 지금 네가 선의 진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리 자체 속에 있지 않은가 하고 말한 것이다. 불도는 멀리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곳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도(道)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변의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원오 선사는 "알지어다. 발 밑에서 대광명이 나온다는 것을."(벽암록 제1칙)이라 하여 발 밑에서 마음 광명이 나타남을 말하고 있다. 선은 자기 발 밑에 있는 것이다.

선문에서는 수좌(首座;선승을 가리킴)가 행각(行脚;수행을 위해 도보로 여행하는 것)이나 탁발할 때 대나무로 만든 삿갓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밖의 대상에 이끌리지 않고 항상 자기를 살펴 발 밑을 조심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즉 조고각하를 위한 것이다. 조고각하는 자기를 추구하는 선 수행에서는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것이다.

자기라는 존재를 잊고 사는 현대사회에서는 특히 이처럼 자기를 응시하고 반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조고각하는 좌우명으로도 삼을 만하다.